남산을 오르며

cycle/column 2008. 10. 17. 00:46


남산을 오르며

자전거에 몸을 싣고 남산을 오른다.
빈몸으로 걸어 올라가기도 힘든 그 가파른 고개길을
무거운 자전거를 끌고 나만의 도전을 해본다.

한순간이라도 페달질을 멈추면 뒤로 미끄러지는
이 언덕은 인생의 축소판

그 누구의 도움도 받을수 없는 나홀로 극복해야할
이 언덕은 인생의 고난길

가벼운 빈몸으로 오르면 훨씬 수월할것을
편안한 자동차를 빌리면 훨씬 편안할것을

왜 나는 이리도 힘든 방법을 선택한걸까?

비오는듯 떨어지는 땀방울과
터질듯한 심장을 부여잡고 나자신에게 추궁을 해본다.

한개의 언덕을 넘으면
다소나마 편안한 내리막이 기다리지만
그 앞에는 또 내가 넘어야할 언덕이 기다리고있다

그렇게 땀을 뻘뻘흘리면서 언덕을 오르다보면
가쁜숨을 고르느라 시선은 땅으로 향한다.

나도 모르게 고개를 숙인 겸손한 모습으로
산을 오르다보면 저 멀리 이 언덕의 정상이 보인다.

이제 얼마 남지않은 이 고난의 인생에서
힘든 고개는 얼마 남지 않았구나
라는 위안으로 더욱 힘껏 페달질을 한다.

이렇게 아무도 없는 한적한 산길을 오르다보면
그동안의 지난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간다.

사랑했던 일
즐거웠던 일
미워했던 일
슬퍼했던 일
고마웠던 일

이 세상에 태어나서
그다지 남들에게 자랑스러운 일은
해보지 못했지만

나 이렇게 열심히 살고있소

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는
자신감만은 충만하도록
아무도 없는 한적한 산길을
오늘도 나는 이렇게 오르고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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Posted by 마셔-정운갑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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